기획

    People 1-12 하얀 커튼 안에서

    눈이 오는 날 돌아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에게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지 관찰해보았다. 1) 눈사람 깎는 어르신 우리 동네에는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런데 그중 보통 눈사람이 아닌 것이 보였다. 정성스럽게 눈사람을 깎아만드시는 분께 이유를 여쭤봤다. 사진을 찍어서 아들가족에게 보내주기 위함이었다. 2) 인파 속 눈꽃 촬영 오늘 저녁 6시 선릉역 앞에선 엄청난 인파가 눈을 피해 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 무리의 여성들이 눈꽃을 촬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 생각했는데 삼성역 지하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몇 분께 여쭤보니 인스타용 사진이라고 하셨다. 3) 눈 속에 머리박는 학생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8시쯤 역앞이었다. 남학생..

    Something 1-13 중고 자판기

    중고물품을 살 수 있는 부스가 있다. 선릉역 가운데에는 ‘비대면 중고거래’라는 간판의 부스가 있다. 쇼케이스에는 여성용 가방, 카메라가 들어있다. 가격과 품질 검수표도 보인다. 이건 누구를 위한 걸까? 멀리 서서 15분 정도 지켜보았다. 눈 앞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 중 멈춰서서 본 사람은 남자 2명 밖에 없었다. 그들도 10초 정도 지켜보다 자리를 떠났다. 한 명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는 지 물어봤다. ‘뭔지 몰라서 봤는 데 저랑 관련없는 물건만 파네요’ 비대면과 중고거래 핫한 키워드 두 개를 붙여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은 왜 중고거래를 할까?’ ‘비대면 서비스의 장단점은 뭘까?’ 나라면 ‘중고 자판기’라고 이름 붙였을 것 같다. 누구나 고민없이 살 수 있는 것들만 넣어서.

    People 1-14 고철숲속 레스토랑

    문래의 풍경은 이질적이다. 금속 업체들 사이에 식당과 카페가 있다. 주변엔 쇠 냄새, 기계소리가 가득하다.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양키통닭이라는 식당 앞에 사람들이 서있다. "친구가 추천해줘서 왔다." "블로그를 보고 왔다." "특이한 메뉴라 꼭 먹어 보겠다." 다양한 이유로 방문했다. 나오는 사람들은 어떨까 "너무 맛있다." "무조건 또 온다." "다른 친구도 데려올거다." 이제 컨텐츠가 좋다면 고객들은 방문한다. 주변 환경은 문제 되지 않는다.

    Something 1-14 '어차피'를 파는 곳

    구독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 범위도 더더욱 넓어지고 있다. 뚜레주르 압구정점에 포스터가 붙어있다. '1달 29,900원에 커피 25잔을 드립니다.' 주변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어차피 커피를 사야한다. 구독 서비스는 사람들의 고민을 덜어준다. 결정장애라는 신조어를 보자. 선택지가 너무 많아 오히려 선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때 구독상품은 '합리적인 선택' 한 가지를 제안한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은 일정하다. 거기에 한번 선택하면 끝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마실 물 어차피 쓸 휴지 어차피 볼 유튜브 바쁘고 시간에 민감한 사람들이 늘어난다. 구독 상품은 그들의 어차피를 공략해야한다.

    People 1-15 16칸 속의 사람들

    MBTI에 사람들이 반응한다. 가산 디지털단지의 신발 매장. MBTI 유형에 따라 16가지 컬러를 추천 해준다. 20대 여성들이 오래 머무른다. 자신의 컬러가 어디있는지 찾는다. 설명은 어떤지 읽어본다. 그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무엇이 어울리는지도 궁금하다. 그리고 서로 비교한다. MBTI는 그들이 이야기할 소재를 준다. 정보와 개성이 넘치는 세상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기준은 판단으로 이어진다. MBTI는 현재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기준이다.

    Something 1-15 빅데이터 전시회

    이제는 통계자료만으로 홍보를 한다. 선릉역 앞에 카카오톡 광고가 있다. “12시 정각 땡하는 순간 선물을 보낸 1,888명의 정각 요정 당신도 이 중 한 명인가요?” 이 광고는 여러가지 시리즈로 재미있는 통계를 전달한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20대 중후반부터 4, 50대까지 다양하다. 그들 대부분이 카톡으로 선물을 주고 받은 경험이 있다.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고 광고를 본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나?’ ‘이런 사람이 많구나!’ 데이터의 양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쌓아둔 데이터를 공개해서 흥미를 유발하는 것, 그것은 많은 데이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카카오는 이 광고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